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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함과 밝음으로 한국음악의 새 장 열어가는악기 '피리'

by 박필률 2023. 7. 2.

(왼쪽부터)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

꿋꿋함과 밝음으로 한국음악의 새 장 열어가는...

피리는 옛 고구려 고분인 중국 즙안현 장천 1호 벽화에 그려져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피리는 5세기에 고구려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6세기 말 중국 수나라에 소개된 고구려 음악에 피리가 포함되어 있고, 서역 국가들의 음악에 피리가 편성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피리는 중국에서 전래된 악기가 아니고, 서역 계통 악기로서 5세기 중엽 고구려에 전해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 관악기에는 가로로 부는 악기와 세로로 부는 악기가 있으며, 세로로 부는 악기는 ‘서(reed, 피리와 같은 목관 악기의 부리에 끼워 소리를 내는 얇고 갸름한 조각. 대나무와 쇠붙이로 만들며, 그것의 진동으로 악음을 낸다)’가 있는 악기와 ‘서’가 없는 악기로 나눌 수 있다. 피리는 서가 있는 악기이며, 크기, 음악, 쓰임새에 따라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로 나뉜다.

 

피리의 종류

향피리

관대의 길이에 따라 ‘정악관대’와 ‘민요관대’로 나눌 수 있는데, ‘정악관대’는 궁중 음악을 중심으로 합주 또는 독주곡이나 무용 반주 음악의 연주에 사용된다.



세피리

향피리와 악기 구조는 같으나 관이 가늘고 서의 길이도 작아서 음량과 음색 면에서 향피리와 구별된다. 세악(細樂), 영산회상, 가곡, 무용 반주 등에 활용된다.



당피리

중국에서 사용되던 악기로, 향피리보다 관이 더 굵고 서가 넓어 음량이 매우 크다. 제례악 연주에 주로 사용되며 다른 음악에는 별로 사용되지 않는다.



대피리

창작 국악곡에 쓰기 위해 피리 모양을 본떠 만든 피리 계통의 악기이다. 피리보다 관대가 더 굵고 길기 때문에 피리보다 한 옥타브 아래 음을 낸다. 즉 저음을 보강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피리이며, 그 음역은 한 옥타브 남짓에 불과하다.

국악기는 대부분 자연을 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움직이는 데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특히 피리 류(流)의 관악기는 공기를 울림으로써 소리를 내는데, 음역이 좁은 소리는 신비한 느낌, 애절한 느낌을 주며, 낮은 음역의 소리는 가슴을 적시게 하는 묘한 힘을 가졌다. 또 김의 강·약, 지공(指孔)을 사용해 어떤 악기도 흉내낼 수 없는 ‘서 치기(혀를 놀림으로써 공기의 압력을 이용하여 음정의 높고 낮음과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기법)’, ‘목 튀김(순간적인 호흡을 이용하여 만들어 내는 음 표현법)’ 등 독특한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음역(音域)이 넓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피리는 전통음악의 리드(lead) 악기로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피아노와 같이 누르는 대로 정확한 음정이 나오는 악기는 아니다. 지공에서 나오는 음들은 연주자 개인의 절대 음감에서 나오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섬세하고 민감한 악기이다.

피리와 어울리는 음악

한국 창작 음악의 시대는 1970년대 서울시립관현악단의 창단으로 시작되었으며, 피리는 곡에 따라 주 선율을 이끌어가는 역할과 서양의 브라스(brass)적인 역할까지 하며,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고 있다. 또 개량과 악기의 수용을 통해 폭넓은 음악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민속음악 분야에서는 남도의 계면성음보다는 경기제의 밝은 느낌의 곡인 타령과 민요, 메나리조와 같은 음악에 잘 어울린다. 또 삼현육각(피리2, 대금1, 해금1, 장구1, 북1) 편성의 무속음악에서 흥을 돋울 수 있는 리드 악기로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정악 분야에서 피리의 꿋꿋함을 강조하려면, 관악영산회상, 자진한잎 같은 독주곡을 연주할 수 있겠다.

 

개량 대피리

개량 대피리의 도입

개량에 있어서 피리는 그 결과가 가장 미비한 악기이다. 그러나 박범훈이 작곡한 피리삼중주 ‘춤을 위한 메나리’는 고음역 A관, 저음역 Eь대피리를 사용하여 초연시 피리 개량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21세기 피리음악연구회에서도 개량 사업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리고 2003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겨레의 노래뎐> 을 통해 북한의 대피리가 최초로 소개·연주되었고, 그 결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북한 대피리를 도입, 우리의 정서에 맞는 연주법 개발과 연주 음악 작곡에 힘쓰고 있다. 북한 대피리는 박달나무 또는 자단나무로 만든 둥근 기둥형 울림통에 소리 구멍과 여러 개의 키를 설치한, 12음계의 악기이다. 풍부한 음량과 부드러운 음색, 그리고 넓은 음역을 가진 악기로서, 전통 피리의 여러 주법들은 물론이고, 빠른 음의 진행, 자유로운 조 변화를 가능케 한다. 또한 반음(半音)들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그리하여 관현악을 비롯한 여러 기악 앙상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악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표현력 덕택에 독주 악기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출처 : 국립국악관현악단_악기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