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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맥(脈)과 혼(魂)이 살아 깃든 천 년의 소리 '대금'

by 박필률 2023. 7. 2.

대금

한민족의 맥(脈)과 혼(魂)이 살아 깃든 천 년의 소리

옛 문헌들을 살펴보면 흔히 서(Reed)가 없는 죽관악기들 중 앞으로 부는 악기는 소(簫), 옆으로 부는 악기는 적(笛 또는 저), 또는 금 (芩)으로 기록하여 앞으로 부는 악기와 옆으로 부는 악기를 명확하게 구분 짓고 있다. 대금(大芩)은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삼현(三絃-가야금, 거문고, 향비파)과 삼죽(三竹-대금, 중금, 소금)의 하나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옆으로 부는 횡적(橫笛)이며 그중 가장 큰 까닭에 ‘큰저' 또는 ‘젓대'라고도 부른다.

대금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악지』, 『동국여지승람』, 『악학궤범』 등에 보이는데 『삼국유사』 ‘권2 만파식적(萬波息笛)’에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하고 있다.

천하를 화평케 한 신묘한 소리

삼국통일을 이룩한 신라 제30대의 문무대왕은 부처님의 힘을 빌어 왜병을 물리치기 위해 동해변에 절을 짓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끝 을 맺지 못하고 죽어 바다의 용이 되었으며, 그의 아들인 신문왕이 절을 완성하고 이름을 감은사(感恩寺)라 지었다.

그 이듬해 동해에 작은 산이 나타나 감은사 쪽으로 떠온다는 보고를 받은 왕이 신하를 시켜 점을 치고 살펴보게 하니, 산의 모양이 거 북이의 머리를 닮았고, 또 산 위에 대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낮에는 둘이 되고 밤에는 합하여 하나가 된다고 아뢰었다. 이상히 여겨 왕이 지켜본 즉, 다음날 오시(午時)에 대나무가 합하여 하나가 되는데, 천지가 진동하고 비바람이 치며 어둠이 7일 동안이나 계속된 후 바람이 자고 물결이 평온해 졌다. 왕이 배를 타고 섬에 갔더니 용이 검은 옥대(玉帶)를 바치면서 이 대나무를 베어 저(笛)를 만들 어 불면 천하가 화평할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왕이 신하를 시켜 대나무를 베어서 뭍에 오르자 용과 산이 사라져 버렸다. 왕은 저(笛) 를 만들어 월성(月城)에 있는 천존고(天尊庫)에 보관하였는데, 이 저(笛)를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병이 나았으며, 가물 때는 비가 오 고, 폭풍우가 칠 때는 풍우가 그치고 파도가 잔잔해졌다.

그래서 이 저(笛)를 만 가지 파란을 잠잠하게 한다고 하여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고 이름 하여 국보로 삼았다고 한다.

유래

자세한 문헌기록이 없어 확실한 대금의 발생 연대는 알 수는 없으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만파식적에 관한 기록이 있고, 경주국립박물관에 전하는 신라 시대의 옥적 등 몇몇 문헌과 자료를 살펴보면 대금이 최소한 신라 시대부터는 널리 쓰였음을 알 수 있 다.

또한 고구려 시대의 중심지였던 중국 길림성 집안(輯安)의 장천(長川) 1호 고분과 집안(輯安) 17호 고분의 벽화에 ‘횡적연주도’가 그 려져 있고, 중국의 수서(隋書)나 동이전(東夷傳)·북사(北史)뿐만 아니라, 일본의 문헌에서도 고구려와 백제의 악(樂)에 쓰인 악기들 중 횡적이 있다 하였다.

이러한 기록 등으로 볼 때 삼국 시대 이전부터 여러 형태의 횡취(橫吹) 악기가 있었으며, 삼국통일 이후 신라가 이들을 수용하여 삼 죽으로 발전시켰을 것으t로 추정된다.

재료

『악학궤범』에 보면 대금은 여러 해 묵은 황죽(黃竹)으로 만든다 하였으나 현재는 주로 쌍골죽을 쓴다. 쌍골죽은 대마디의 양쪽 모두에 골이 패여 있는 일종의 돌연변이 대나무이다. 대의 속살이 두껍고 단단하여 정확한 치수대로만 제작 하면 어느 정도 음정이 고르게 나오며 그 음색이 맑고 깊어서 최고의 재료로 친다.

구조

대금에는 하나의 취구(吹口), 청공(淸孔), 여섯 개의 지공(指孔), 그리고 칠성공(七星孔)이 있다. 칠성공은 음정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기능이 있으며 『악학궤범』에는 5개로 적혀있으나 현재는 한두 개만 뚫는다. 또한 청공은 금속으로 된 청 가리개로 덮어 청을 보호 하고 음색을 조정한다.

특징

대금의 큰 특징은 그 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렇게 큰 횡적은 보기 드물다. 또한 취구와 지공 사이에 있는 청 공은 갈대 속청을 붙여 일종의 울림판 역할을 하는 곳으로, 대금의 청아한 소리를 더욱 맑게 해 준다. 특히 고음부에서 ‘떠이어’하며 장쾌하게 울리는 청 소리는 한민족의 맥(脈)과 혼(魂)이 살아 깃든 천년의 소리에 비유할 수 있다.

쓰임새

모든 전통음악에서 대금은 매우 중요하게 쓰인다. 대금은 합주시에는 피리와 함께 음악을 이끌어 가며, 비교적 안정된 음고(音高)를 지니고 있어 음정을 맞추는 조율의 기준이 된다. 또한 부드럽고 깊은 하청(下聽)과 상청(上聽)의 폐부를 찌르는 듯한 장쾌한 청 울림 이 일품이어서 독주 악기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대금의 변신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에 따라 음악은 변화하였고, 음악을 담는 그릇인 악기의 모습도 변화하여 왔다. 대금 또한 악기의 길이가 점 차 길어지고 취구가 커지는 등의 많은 변화를 겪었다. 최근의 변화로 주목할 만한 것은 산조대금의 발생을 들 수 있다. 즉 19세기 말 산조라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이 탄생하자 이를 담는 그릇인 대금이 산조대금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나오게 된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는 서양문화의 홍수 속에 살고 있으며, 따라서 서양문화와 음악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전통음악이라 하 여 예외가 될 수 없으며, 특히 새롭게 만들어지는 창작국악의 경우 상당 부분 서양의 음악적 어법과 스타일을 차용하고 있다. 이는 인 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란 이웃과의 끊임없는 교류 속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서양의 보편적 양식을 도입하되 그곳에 우리의 멋과 혼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이에 따라 새로운 양식을 소화할 수 있는 새로 운 악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악기 중 하나가 바로 개량대금이다.

대금의 개량이 본격적으로 시도되기 시작한 때는 1964년부터이다.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대금의 개량이 연구되어 여러 종류의 개량 대금들이 만들어졌다.

현재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는 플루트의 방식으로 북한에서 제작한 북한식 개량대금과 전통대금에 두 개의 금속키 만을 부착한 이용 구식 개량대금이 사용되고 있어 새로운 주법이 요구되는 국악관현악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처럼 천 년 전 신묘(神妙)한 소리로써 천하를 화평케 했던 대금은 고래로 많은 변화를 거쳐 새로워지고 있다. 모양과 형태는 조금 씩 변화될 지라도 대금의 그 맑고 청아한 소리는 우리민족의 혼을 담아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전통대금

정악대금은 풍류대금이라 하여 주로 궁중음악이나 정가반주 및 정악곡들의 연주에 사용된다. 크기는 약 78㎝ 정도로 전폐음이 B♭음에 가깝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모든 대금의 원조라 할 수 있다. 국립국악원에서 사용하는 대금과 민간풍류에 쓰이는 대금은 그 크기가 조금 차이 날 뿐 형태는 같다.


산조대금은 19세기 산조음악의 탄생과 함께 새롭게 개량된 대금이다. 크기는 약 69㎝ 정도로 정악대금보다 길이가 짧아 장2도 이 상 높다(C~C#). 또한 취구의 크기가 정악대금의 1.5배 정도 커, 깊은 농음(弄音)을 필요로 하는 산조 등의 남도음악의 연주가 편리하고 쉽도록 만들어 졌다.



개량대금

새로운 창작국악곡이 등장하면서 1964년 국립국악원에 국악기 개량위원회가 설치되었고, 바야흐로 개량대금도 등장하게 되었다. 국립국악관현악단도 창단과 더불어 악기개량 사업을 진행했으며, 현재는 북한개량대금과 이용구(국립국악관현악단 대금수석)개 량대금 두 종류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개량대금

북한에서는 1963년에 플루트와 같은 방식으로, 금속 보조키를 장착한 개량대금을 제작하였다. 북한개량대금은 자유로운 조 옮김 이 가능하며, 음역에 따라 저대, 중음 저대, 고음 저대 세 가지로 나뉜다. 청공이 없어 청의 울림에 의한 날카롭고 강한 소리를 부 드럽고 맑게 내며, 취구를 작게 해 취법(吹法)에 의한 음의 유동성을 줄임으로써 정확한 음을 낼 수 있게 하였다.



개량대금九

전통음악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하에 개량된 대금으로, 전통음악과 창작음악을 보다 효율적으로 연주하기 위하여 전통적인 시김새와 연주법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금속키(2개)를 부착하는 개량 방법을 택한 악기이다.

출저 : 국립국악관현악단_악기소개